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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54 호 한국인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 작성일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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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098
이은민

 

▲‘세계 행복의 날’ 일러스트(사진:ChatGPT 제작)


  지난 3월 20일 유엔(UN)은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세계 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웰빙 연구센터, 여론조사기관 갤럽, 유엔지속가능개발솔루션 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세계 각국의 삶의 수준 정도를 측정해 해마다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인 3월 20일에 내는 보고서다. 2025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147개국을 대상으로 국민이 자체 평가한 삶의 질 평균을 3년간 분석했다.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부패 인식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별 평균 행복지수를 평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147개국 중 58위에 자리했다. 지난해보다 6계단이나 떨어진 수치로 전쟁국인 이스라엘보다 낮은 순위이다.


혼자가 익숙해진 대한민국


  한국은 지난 60여 년에 걸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개발 도상국 시기에는 경제성장과 형평의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세계로부터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성장 잠재력의 하락과 형평성의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었으나, 한국인의 삶의 질은 개인당 소득, 수명, 교육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유엔(UN)의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인은 점차로 자기 삶에 대해 행복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른 사람과 더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식사를 더 자주 함께하는 사람일수록 주관적인 행복감이 더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혼밥 횟수는 일주일에 5.4회로 혼밥 문화로 알려진 일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2003년 이후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53%나 증가했으며, 미국의 행복 지수는 역대 최저 순위인 전체 24위를 기록했다. 얀 에마뉘엘 드네브 옥스퍼드 대학 웰빙 연구 센터 소장은 “식사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견인하는 데 예상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 한다”며 “사회적 고립과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우리는 사람들을 다시 식탁에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하면서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주목했다.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사진:https://www.worldhappiness.report/ed/2025/)

 

잃어버린 더불어 사는 행복


  개인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환경이란 정치적 안정감이 될 수도, 본인이 처한 시대적⦁문화적 상황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국민의 삶을 평가할 때 경제 상황이나 GDP와 같은 경제지표가 주요 기준이 되었으나 현재는 경제적 소득 이외 삶의 전반적인 질이나 만족도를 의미하는 행복지수도 그 나라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개인의 주관적인 만족도를 측정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질문한다. ‘자기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자유가 있다고 느낍니까?’, ‘건강 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의지할 사람이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8위로 비교 국가 중 상위 그룹에 속한다. 반면, 삶의 만족도가 낮으며, 사회적인 지원, 삶을 선택할 자유, 부패 인식 등이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의 소득수준 상승과 더불어 평균수명의 연장 등으로 삶을 어떻게 하면 보다 질적으로 행복하게 ‘잘(well)’ 사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국가의 부와 국민소득수준이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있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적인 부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객관적인 삶의 질과 함께 주관적인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두레’라는 단어가 있다. 두레란 농촌에서 농민들이 농사일이나 길쌈 등을 협력하여 함께 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만든 공동 노동 조직이다. 과거 농경사회에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 돕고 함께 생활했다. 하나, 현대사회에서는 집단주의는 약해지고 개인주의는 강해졌다. 경쟁은 과열되고 이웃끼리 무관심해졌으며, 결국 사회는 발전했으나 우리는 불행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포용하며 더불어 살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상호 관심과 접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범상 기자